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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09년 [시-채재순] 도서관의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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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02회 작성일 09-12-2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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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고요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자세가 되어있는
고요를 내장하고 있는 도서관
웅변을 기록한
두툼한 책들이 입 다물고 있다
두근거리며, 쌓였던 함성을 풀어놓았을
저자들 목소리 잠재워
일목요연한 목록을 저장하고 있는,
수다를 잠잠하게 하는 것이 제 소관인 도서관
입 닥쳐! 에 순응하고 있는 독자들
침묵에 길들여진 책갈피들
둥근 허기 채우려는 왕성한 식욕에 선택되는 순간
아뿔싸, 비로소 봇물 터지는 연설을 해대는,
끊어져 있던 기억의 이랑 웅얼거리고
속 깊은 재채기하고 싶은 마음에
명치끝이 답답한
도서관 서가에서 벌 받고 있는
책, 책, 책
격렬과 지리멸렬이 함께 숨쉬는
도서관,
그 일가로 들여진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공들인 집의 묵은 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