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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09년 [시-채재순] 개복숭아 나무 그늘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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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78회 작성일 09-12-2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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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숭아 나무 그늘에 가자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아,
하고 싶지 않은 일 참 많기도 하지
극한직업이라는 말 앞에 기가 죽어
한계상황을 생각하게 돼
요즘 소파에서 시체놀이를 하는 중이야
개떡을 우적거리며
개복숭아나무 그늘에 가자
개 같은 세상이지만
꼬리치는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서는 거지
개복숭아 꽃그늘 아래서
속마음을 꺼내놓고
어디쯤 개불알꽃이 피어있나 두리번거리는 거야
견딜 수 없는 건 없노라고 주억거리며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끄덕이며
치욕적인 말을 잊기로 하자
세상만사 내 마음 같지 않는 거라고 다독이며
개복숭아 꽃향기 따라 온
벌들의 붕붕거림을 자장가로 들으며
꽃잠이라도 청해보는 거야
알고 보면 삶은 오해의 연속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