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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09년 [시-이충희] 못다 핀 꽃을 위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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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75회 작성일 09-12-2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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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핀 꽃을 위한 판타지*


‘꽃으로 풀어쓰는 말 중에 세상에서 제일로 무참한 꽃은
여기 나눔의 집에 계신 어르신을 이르는 못다 핀 꽃입니다.’*

꽃 피움의 순결한 세상을 온전히 결박당한 서럽고 서러운
조선의 아리따운 꽃봉오리 20만 송이 무참히
무참히 침략자의 군화에 짓밟혀 꽃물 낭자했으니
짐승의 탈을 쓴 적의 만행에 피어보지도 못하고 꺾인
오, 못다 핀 꽃이여!

치욕이 치욕을 달래며 자결의 가파른 유혹을 견디며
목숨 하나 겨우 부지한 지옥의 시간을
광복의 조국도 어루만지지 못한 죽은 목숨으로 살아오신
대하소설을 이루고도 남을 기막힌 사연을
오, 못다 핀 꽃이여!

역사여 말하라
그 수모
그 비참
그 능욕
그 목불인견
그 참혹, 참담 ......
그 어떤 형용사도 대신 못 할
조선의 국어사전도 대변 못 할
그 부당함
그 억울함
그 원통함
그 여한, 통분 ......
오, 못다 핀 꽃이여!

그리운 그리운 부모형제 혹여 누될세라
환향還鄕이 아닌 되도록 멀리 멀리 뚝 떨어져
종문소식으로 천애고아로 억장이 무너지는 암담한 세월을
울화를 삭이며 가슴을 쥐어뜯으며 그렇게 살아오신
오, 못다 핀 꽃이여!

허벅지에 상기도 싯퍼런 칼자국 쓰리고 쓰린데
정직한 사죄와 보상이 양심보다 멀어서
피해국은 아직도 국익을 내세워 딴전만 부리고
오, 못다 핀 꽃이여!

의인義人의 나라는 언제쯤 당도하려는지
수요집회는 언제쯤 끝나려는지
사실날이 얼마 남지않으신 어르신 뵙기가 송구해서
오늘 우리는 모두 죄인입니다.
오, 못다 핀 꽃이여!

*못다 핀 꽃 - 김순덕 어르신의 그림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