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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09년 [시-김춘만] 초도 이방실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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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45회 작성일 09-12-2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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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도 이방실 아저씨


기축년 정월 초하루
아내는 초도에 갔다.
거동도 불편하고 귀도 어두운
여든 아홉 이방실 아저씨 만나러 갔다.

장인과는 동갑
함경북도 학성군 학남면에서
같이 월남하여 평생 동기간처럼 지내다가
장인도 가고 친구 분들 뜬세상을
혼자 지키신다.

한탄도 사그라지고
원망도 주저앉아
반쯤 죽어 사시는 아저씨가
묵은 달력 한 장을 아내에게 전했다.

맥없이 흘러간 세월을 보란 것이 아니다
묵은 달력 뒷장에 빼곡하게 그려놓은 고향마을
지서와 우체국은 그러려니 해도
월남한 예순 넘는 친구들의 집
고샅길 찾아 이리저리 깔아놓고
하나하나 불러보고 세워놓고 이름 달아 놓았다.

평생 그리움을 안고 사는 사람의 눈빛은
젖어 있지만 맑다했거늘

그 눈빛으로 이 그림 그려놓고
혼자 웃었을 이방실 아저씨

‘니 아부지 집은 저쪽에 있다.’
아내는 오늘 아버지의 마을을 안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