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호2004년 [시-장은선]송지호 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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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한 산들과 은빛 호수의
경계를 허무는
외발로선 고니들 무르익은 백송 같다
순은으로 빛나는 햇살을 잘라먹고
부리로 물고기를 가늠하는 황홀한 정경이
저들에게는 수고로운 노동이다
그 푸닥거림에는 영혼의 날개짓이 있어
호숫가의 얼음장만큼 시리고 투명하다
삶과 꿈 사이 가깝고도 먼 거리를 좁히려는
쉼 없는 제자리 걸음으로 소리도 파문도 일구지 않고
폐부 깊숙이 영하의 대기를 호흡한다
빛의 가속도로 달려만 가는 세상사에
끝없는 담금질로 호수에 무심한 마음을 풀어놓는다
그 마음이 호수에 내려 온 산울음과 어우러져
물안개로 피어올라 서리꽃이 만개한다
온기로 녹아 내렸던 수면은
노동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고니의 날개 짓으로
다시 혼곤한 잠에 빠져들고
발 닿는 곳이 주소지인 고니들은
한겨울 빙점의 좌선으로 타올라
황사바람이 밀려오면 연두빛 보리밭을 멀리 날아
다시 속리의 길을 떠날 것이다
경계를 허무는
외발로선 고니들 무르익은 백송 같다
순은으로 빛나는 햇살을 잘라먹고
부리로 물고기를 가늠하는 황홀한 정경이
저들에게는 수고로운 노동이다
그 푸닥거림에는 영혼의 날개짓이 있어
호숫가의 얼음장만큼 시리고 투명하다
삶과 꿈 사이 가깝고도 먼 거리를 좁히려는
쉼 없는 제자리 걸음으로 소리도 파문도 일구지 않고
폐부 깊숙이 영하의 대기를 호흡한다
빛의 가속도로 달려만 가는 세상사에
끝없는 담금질로 호수에 무심한 마음을 풀어놓는다
그 마음이 호수에 내려 온 산울음과 어우러져
물안개로 피어올라 서리꽃이 만개한다
온기로 녹아 내렸던 수면은
노동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고니의 날개 짓으로
다시 혼곤한 잠에 빠져들고
발 닿는 곳이 주소지인 고니들은
한겨울 빙점의 좌선으로 타올라
황사바람이 밀려오면 연두빛 보리밭을 멀리 날아
다시 속리의 길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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