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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4년 [시-장은선]송지호 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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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뫼
댓글 0건 조회 2,477회 작성일 05-03-2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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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한 산들과 은빛 호수의
경계를 허무는
외발로선 고니들 무르익은 백송 같다
순은으로 빛나는 햇살을 잘라먹고
부리로 물고기를 가늠하는 황홀한 정경이
저들에게는 수고로운 노동이다
그 푸닥거림에는 영혼의 날개짓이 있어
호숫가의 얼음장만큼 시리고 투명하다
삶과 꿈 사이 가깝고도 먼 거리를 좁히려는
쉼 없는 제자리 걸음으로 소리도 파문도 일구지 않고
폐부 깊숙이 영하의 대기를 호흡한다
빛의 가속도로 달려만 가는 세상사에
끝없는 담금질로 호수에 무심한 마음을 풀어놓는다
그 마음이 호수에 내려 온 산울음과 어우러져
물안개로 피어올라 서리꽃이 만개한다
온기로 녹아 내렸던 수면은
노동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고니의 날개 짓으로
다시 혼곤한 잠에 빠져들고
발 닿는 곳이 주소지인 고니들은
한겨울 빙점의 좌선으로 타올라
황사바람이 밀려오면 연두빛 보리밭을 멀리 날아
다시 속리의 길을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