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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09년 [시-김춘만]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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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84회 작성일 09-12-2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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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옆집 아주머니는 뭐든 나누어 준다.
개밥도 한 솥 쑤어서 반은 나누어주고
코다리 명태도 한 짝 사서 이집 저집 펴 돌린다.
어제는 동치미를 한 냄비 가져오더니
오늘은 게장을 퍼 왔다.
여름내 푸성귀 단이 이 집 저 집 돌려지고
파, 고추는 떨어질 날이 없었다.

원래 성품이 그런 게다.
나누어야 직성이 풀려서
혼자 먹고 살지 못한다는 아주머니
뭘 믿지도 않는데
성자처럼 나누는 법을 어떻게 터득했을까
어린 시절 배고파서 절절매던 그때
밥 한술 나눠주는 사람이 그저 좋아서
이담엔 무조건 나눠먹겠다고 작심하며 산 것이
그리 됐다 한다.
말로 배우지 않고
몸으로 배워 그렇구나.

귀한 것도 여지없이 나눈다.
주어도 시원시원 주고
나눠도 참 푸짐하게 나눠준다.
일당 삼만 원짜리 공공근로 다니는
아주머니 얼굴
편해 보여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