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호2009년 [시-김춘만] 만년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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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나는 이런 만년필 하나 갖고 있다네.
여든 일곱 당신이
서울에서 사 오신 거라네.
열 발 걷고 한 번 쉬고
고관절 앓고 계신 당신이
죽을힘으로 사 오신 거라네.
건망증세로
그 귀한 것 속초 오는 정류장에서 잃어버리시고
웬만하면 주저앉으실만한데
돌아서서 또 죽을힘으로 사 오신 거라네.
하루 일정 잡은 것이 늦어져
낯선 여관방에서 하룻밤 뒤채신 당신
가방에 넣고 그 가방 둘러매고
초등학교 아이처럼 환하게 돌아온 당신.
사람의
온기 핑 도는
그런 만년필 하나 있다네.
나는 이런 만년필 하나 갖고 있다네.
여든 일곱 당신이
서울에서 사 오신 거라네.
열 발 걷고 한 번 쉬고
고관절 앓고 계신 당신이
죽을힘으로 사 오신 거라네.
건망증세로
그 귀한 것 속초 오는 정류장에서 잃어버리시고
웬만하면 주저앉으실만한데
돌아서서 또 죽을힘으로 사 오신 거라네.
하루 일정 잡은 것이 늦어져
낯선 여관방에서 하룻밤 뒤채신 당신
가방에 넣고 그 가방 둘러매고
초등학교 아이처럼 환하게 돌아온 당신.
사람의
온기 핑 도는
그런 만년필 하나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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