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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09년 [시-박명자] 시인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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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986회 작성일 09-12-2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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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나무


화산의 분화구 곁에
시인의 나무가 있다

불과 섞이고 싶은 나무가
발돋움하고 하늘을 본다

나무는 제자리에 서서
종일토록 서성거린다

어깃장 놓듯 소주 마신듯
비틀거리며 슬그머니
눈썹 같은 새싹들을 서둘러 내밀었다

독나방들이 앉았다 가는 날도
곧장 앞만 보며 앞으로 걸었다


시인의 나뭇가지에 걸린 바람도
새벽2시쯤 깨어나 부시럭 거린다

감수성의 모가지 뒤로 꺾고
뻐꾸기 노래만 한 바가지 퍼 담는다

오동통한 햇살의 꼬리 머무는 한 나절까지
한오리 실감도 챙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