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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4년 [시-장은선]어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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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뫼
댓글 0건 조회 2,673회 작성일 05-03-2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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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몇 년째 흉어기가 들자
재빠른 어선들은 낚시배로 전업했다
허리굽혀 관광객 낚시도구 받아주는 일로
수입은 조금 나아졌지만
마음은 예전만 못하다
발동선이 힘차게 미끄러져 구름의 길을 쫓을 때
갈매기들도 푸드득 수직으로 날아올라
수평선까지 끝없이 이어지던 길
정해진 궤도를 왕복하는 구속된 항해에
수심에 심어놓은 꿈들이 무채색으로 흩어지고
관광객이 낚싯대를 던질때마다
파도는 조바심으로 우우 울어대지만
바다는 도시의 아들들에게
어머니처럼 넉넉히 속을 내준다
촘촘한 그물로 희망을 건져 올려
만선의 깃발을 휘날리며
마음은 아내에게 달음질 쳤었는데
큰방마저 민박으로 내주어
바람난 기타소리로 곤한 잠마저 뒤숭숭해져
귀항의 포만감은 어느덧 사라지고
박제된 인간이 되어
밤내내 바다에서 자맥질하는 꿈만 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