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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09년 [시-박명자] 지상의 안전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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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48회 작성일 09-12-2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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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안전벨트


지상의 모든 시시비비를 저만치 밀어 던지고
그는 갑자기 외연의 뜨락으로 돌아 누웠다

한동안 들먹이던 그의 발자욱들이
남은자의 수면 위에 높게 낮게 물무늬 짓는다

계절을 맴돌던 푸른 메시지들
주르르륵 지구 밖으로 밀어 던졌다

바로 그해 5월16일 5시 20분
자기 소유 빛나는 시간들을 갑자기 포기하였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다음 다음 5월의 빛살
금싸라기로 은구슬 금구슬 흩어 내리는데

갈숲을 빠져나간 바람 한줄기처럼 그 남자
스르르륵 저 편 늪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지난날 생의 높이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며
<그립다>던 가쁜 숨결의 페달

골목길 급커브에서 질끔 멈춰버린 열차처럼
찌찌직… 정지하였다

<안전벨트 꼭 매셔요!>

공중에 거꾸로 매달려 한번 두 번…

속이 울렁 울렁 하더라도
꼭 안절벨트 확인하세요.

그러나 생의 급커브에서 결정적인 시간
아득한 핏빛 폭포와 충돌하고 말았다

그의 나머지 메시지들은 서편 하늘의
불꽃놀이처럼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지상에 남은자들은 어김없이 안전벨트를
확인하면서 곧바로
각자의 무덤으로 돌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