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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09년 [시-박명자] 겨울 숲은 잠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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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936회 작성일 09-12-2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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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숲은 잠들지 않는다
                         —그린 레이져들을 위하여


하얀 명주깃 날개를 활짝 열고
겨울 숲은 대지 끝에 왼발을 들고 서 있다.

천지에 눈은 가득 가득 내리고 하염없이 눈은 내리고
지구촌을 채우려는 듯 눈은 계속 내려
태고의 고요속에 숲은 잠기어 간다.

눈 위를 맨발로 걸어가던 소나무들이
잔가지를 흔들어 스스로 눈꽃을 드날린다.

중생대의 조류들이 높고 낮은 상형문자를
산길에 m m m m 찍어 놓았다
300년 침묵을 건너온 아름드리 소나무들
그들 푸른 제복이 오늘 흰눈 속에 더욱 빛난다.

어디선가 그린 레이저들이 깊은 숲에 가득히 나타났다
숲 지킴이 청소년교육으로
<2010년까지 100만명 숲 자원봉자를 기른다>는
깃발을 높이 들고
영하권 바람속을 젊은 나무들이 걸어간다

그린 레이저들은 나무들의 싱그러운 언어를 이끌고
맨발로 산길을 계속 걷는다
어둠속에서 강추위 속에서 폐달을 고르게 밟으며

외연의 언덕으로 걸어간다
푸른 내일을 열면서 젊은 나무들을 이끌고 계속 걷는다

겨울 숲은 결코 잠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