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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09년 [시-박명자] 고향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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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918회 작성일 09-12-2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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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미지


아득한 시간의 뒤 뜨락에서
3백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내 유년의 조각보를 싸안고 솟아 오른다

황금빛 금관을 머리에 쓰고 신엽형 영락을 번쩍이며
부드러운 미소를 열고 다가오는 고향 냄새

편안했던 능선들이 알곡을 쓰다듬어 익히던 황금 뜨락
은모래 금모래 갈피에 우리들의 동화가 엷어지던 시냇가에
더듬이를 잃은 소금쟁이가 가끔 맴을 돌기도 했었지

정월 대보름 밤이면 마을 일손을 모아 달집을 만들었고
절름발이 개똥이도 꽹과리 울리며 고개짓이
흥겨웠던 아늑한 고향 마을

울타리 구석 구석 흉흉하던 악귀들도
불길속에 사루어지던 달집태우기

최후에는 누구나 고향 뜨락에 안식을 깊이 취하게 되리니
진정 말로는 다 풀수 없는 단단한 그리움 앞에 서서
고향 이미지가 물무늬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