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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4년 [시-장은선]산골 폐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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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뫼
댓글 0건 조회 2,459회 작성일 05-03-2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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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원을 둥글고 둥글게 그리며
줄지어진 나무들 가슴을
나지막하게 울리던
해맑은 풍금소리 멈추고
시냇물에 햇살이 구부러지는
먼지 낀 유리창엔
주인 잃은 낡은 책상과 걸상들이
빛 바랜 흑백 사진속에 찌프린 얼굴로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
뛰고 숨고 넘어지다가
선생님 발자국 소리에 화들짝 놀랐을
실내화 한컬례
교실밖 세상문으로 쓸쓸히 향하여 있고
여름날 물방개치고 물수제비 뜨던
개구쟁이들이 화살로 쏘아 맞히던
하이얀 백묵조각들
읽다가 못다읽은 동화로
이산가족처럼 흩어져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날지
서로를 호명하며 그리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