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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동화-이희갑] 딩동댕동 크리스마스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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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42회 작성일 10-12-2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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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이 가까워지자 크리스마스트리가 하나둘 씩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거리마다 건물마다 아름다운 크리스마스트리 하나쯤은 서 있습니다. 어느 도시 한가운데 공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공원에 유난히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우뚝 세워졌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는 너무도 크고 높아 꼭대기에 있는 산타할아버지 인형을 보려면 얼굴을 완전히 뒤로 재끼고 입은 벌릴 대로 벌려야 볼 수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 둘레를 한 바퀴 도는데도 한참이나 걸립니다. 그 웅장한 크리스마스트리에서는 끊임없이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캐럴이 흘러나옵니다. 그뿐 아닙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운 공원 측에서는 가끔 스키장에서 나 볼 수 있는 기계로 하얀 눈가루를 뿌리기도 했습니다. 정말 완전 뿅 가는 환상의 크리스마스트리였습니다.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습니다. 특히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구름처럼 모여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상의 크리스마스트리 모습에 환호성을질렀고 아빠 엄마들은 젊었을 때 불렀던 캐럴이 좋아 손뼉을 치며 흥얼거렸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그 옛날 추억이 떠오른다고 어린아이같이좋아하였습니다.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모인 데는 사실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기념 종을 선물로 받을 수 있고 그 작은 종은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 때문이었습니다.사실 크리스마스 기념 종은 별 것이 아니었습니다. 금으로 만든 것도 아니요 은으로 만든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은색 도금으로 조금 반짝일 뿐입니다. 크기도 솔방울만 해 주머니에 쏙 들어가면 있는 둥 마는 둥 하였습니다. 길거리 노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액세서리 같은 평범한 종이었습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하는 시간에 갑자기 크리스마스트리 속에서 사람이 나와 깜짝 이야기를 하고 순식간에 종을 나뉘어주고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아이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종은 나중에 신비한 일을 일으킨다는 사실에 더욱 긴장하게 하였습니다. 알다가도 모를 게 사람의 심리이고 아이들 심리입니다. 그냥 줘도 받을까 말까 하는 보잘 것 없는 작은 종임에도 이상한 이야기가 덧붙으니까 공원 주변 사람들이 다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이들이 움직이니까 엄마 아빠들도 그냥 있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네는 아빠 엄마와 함께 가서 크리스마스트리를 보고 성탄절작은종 선물을 받았는데 우리 아빠 엄마는 뭐야.’하고 아이들이 떼를 쓰는 날에는 골치가 아파지거든요.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의 호기심도 남한테 지라면 서럽지요. 그래서 공원 주변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다 모이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크리스마스트리 앞에는 축제의 분위기였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까 노래도 부르고 이야기꽃도 피어났습니다. 어른들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끼리 인사를 주고받기 바쁩니다. 한쪽에선 자랑 꽃도 피어올랐습니다. 옷 자랑, 집 자랑, 얼굴 자랑, 자식 자랑으로 난리법석이고 한쪽은 누군 어떻더라, 왜 그런지 몰라 하며 걱정을 해주는 건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도 마구마구 번져 갔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어서 속히 작은 종을 들고 나오는 멋진 캐릭터를 만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캐럴을 열심히 따라 불러야 한다는 안내를 받고 아이들은 열심히 캐럴을 불렀습니다.‘ 북치는소년’도 불렀고‘실버벨’도 불렀습니다.‘ 탄일종’도 불렀고‘고요한 밤거룩한 밤’도 불렀습니다. 징글벨은 물론‘창밖을 보라.’도 불렀습니다.

‘루돌프 사슴 코’도 불렀고 나중엔‘울면 안 돼’까지 불렀습니다. 그랬더니 드디어 크리스마스트리의 높은 곳에서 문이 열리더니 기다리던 캐릭터가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와아-”

아이들이 손을 흔들며 환호를 질렀습니다. 남자 캐릭터는 동방박사 차림을 했습니다. 여자 캐릭터는 온통 하얀 옷으로 치장한 눈사람 모습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크리스마스를 맞게 된 걸 축하합니다!”

동방박사가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래 기다렸죠? 캐럴 잘 들었어요, 지금부터 딩동댕동 크리스마스 종을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눈사람이 계단을 내려오며 종을 흔들었습니다.

‘딩동댕동 딩동댕동’

맑고 고운 종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이 종은 크리스마스 종입니다. 이 종을 가져가는 어린이에게는 앞으로 놀라운 일이 생깁니다. 자, 어서 하나씩 받으세요.”

동방박사는 커다란 상자를 들고 계단을 내려왔습니다.

“자, 받으세요. 딩동댕동 크리스마스 종입니다. 하지만 몇 가지 꼭 지켜야 할 일이 있답니다. 만약에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절대로 이상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답니다. 그러니 제 말을 꼭 명심하여 실천해 보세요.”

눈사람은 딩동댕동 크리스마스 종을 울리는 몇 가지 규칙을 알려 주었습니다.

첫째, 자기만의 조용한 시간에 종을 울리기.
둘째 종을 울릴 때 절대 집중하기.
셋째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했던 일 생각해 내기.눈사람은 세 가지 규칙을 꼭 지켜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을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종을 울리는 기간은 성탄절까지 한 달 동안이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고.

“사람마다 일어나는 일은 다 달라요, 그래서 대답할 수 없어요. 하지만 아주 좋은 일이 일어날 거예요. 그걸 느껴 보세요. 장담해요.”

아이들은 궁금했지만 더 이상 물을 수 없었습니다. 동방박사와 눈사람은 어느새 딩동댕동 종을 다 나누어 주고 순식간에 크리스마스트리 속으로 들어가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뒷모습이 사라지면서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딩동댕동 크리스마스종을 받은 어린이들은 속히 집으로 돌아가세요!”

기대가 컸던 아이들은 어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다른 일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규칙을 생각하며 할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어른들은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캐럴도 더 부르고 이야기도 더 하고 싶었지만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니 더 이상 공원에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뒤 공원 주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물론 크리스마스 날까지 딩동댕동 크리스마스 종소리가 집집마다 울려 퍼졌지요. 그리나 그 종소리가 대체 무슨 일을 생기게 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 각각 비밀은 있으니까요. 성탄절 날 아이들이 하나 둘 크리스마스트리에 모였습니다. 그리고는

수많은 글이 적힌 쪽지들이 붙어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어? 나도 쪽지에 써 왔는데 벌써 이렇게 많이 왔다갔나?’

모든 아이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모두 같은 생각인 것에 놀랐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에 달려 있는 내용은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 비밀도 역시 비밀이니까요. 하지만 살짝 몇 개만 들여다보았습니다.

♣ 하나님께 영광. 땅에는 평화
♣ 아기 예수님을 꼭 만나고 싶어요.
♣ 예수님은 평화! 친구를 용서할게요
♣ 엄마 아빠 말씀 정말 잘 듣겠어요.
♣ 어려운 친구를 많이 사랑할게요
♣ 공부 열심히 할게요.
♣ 욕심 부리지 않을 게요
♣ 어려운 일, 이길 힘 달라고 기도하겠어요.

그 후 공원 주변은 전과 다름없이 사람들이 와 쉬고 이야기 하고 산책하며 달라진 게 없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다신 동방박사와 눈사람 캐릭터가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성탄절을 맞아 딩동댕동 크리스마스 종소리를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아이들은 더욱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