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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수필-서미숙] 고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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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95회 작성일 10-12-3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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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지치거든 고흐 그림 앞에 서 보세요.”

오늘 난 미술관 앞에 서있다. 빈센트 반 고흐 미술전에 와있다. 유독 노란색을 좋아 하던 난 언젠가부터 고흐라는 화가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의 그림도 따라 그리면서 어느 날부터 그림쟁이가 되었다. 고흐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목사가 되기를 바라던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그는 화가가 되기 위해 프랑스로 떠났다. 프랑스에서 온갖 힘든 여정을 견디며 가난한 화가로 살아가며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지글지글 거리는 노랑색 빛깔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는 우리에게 이글거리는 태양 처럼 붉게 빛나는 마음을 심어주고 간 불멸의 화가이다.

1.귀를 자른 자화상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의 그림 속에서는 빙글빙글 세상이 돌고있다. 그의 눈빛이 내 눈 속으로 들어온다. 호랑이 눈알 같은 그의 눈 속이 경기를 일으키다. 어지럽다. 핏발이 선 붉은 눈동자들이 내 주위를 빙빙 돌면서 날 세상 밖으로 내던져 버린다. 나의 현실들이 조각조각 산산이 부서져 타임머신을 타고 내 머릿속까지 흩어 놓는다. 나의 19세가 붓질을 하고 있다. 사다리 높은 줄 모르고 해대었던 붓질이 이젠 내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러나 나의 모든 것을 삼켜버린 호랑이 눈알 같은 그의 자화상속에 내 눈이 잠기고 있다. 휴, 그 어지러움 속에서 빠져나와 보면 세상은 그가 바라보는 세상과 마치 흡사한 미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갱과의 자주 빚어지는 갈등에 그는 자신의 격분에 못 이겨 귀를 잘라버린다. 그때는 1888년 크리스마스 때였고 그 다음해인1889년 1월 즈음에 그린그림이다. 그러나 그의 색감이나 색의 조화는 천재적이다.

2.해바라기
이글거리는 태양아래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해바라기를 그는 한 무더기꽃병에 담고 있다. 너무나 익어버려 색이 갈색으로 바래서 고개를 숙이다못해 태양을 삼켜 늙어 버린 모습으로 넘어져 있다. 어떤 것은 지글지글 거리는 태양을 담아와 빛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난 아이들에게 곧잘 이 해바라기를 그려보라 한다. 그림을 못 그리는 아이들, 자기 의도대로 잘 그려지지 않는 아이들도 이상스럽게 이 해바라기를 따라 그려보라 하여 그리면 멋진 그림들로 탄생한다. 놀랍게도 말이다. 아주 자신들도 흡족해 하며 자신이 그린 그림 중에서 가장 잘 그린 그림이 되었다고 좋아한다. 그래서 명화인가, 그러니 이렇게 멋진 그림들을 한번쯤은 따라 그려볼만 하다. 고갱과 같이 작업을 하기 위해 아를의 화실을 빌려 정착한 그는 해바라기 정물을 많이 그렸다. 당시 해바라기를 그리면서 열정적인 화가로서의가득 찬 희망이 보여 지기도 했었다. 이때 그린 작품은 다 연작으로 그중한 작품은 반 고흐에게‘태양의 화가’라는 이름을 남겨주었다. 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도‘해바라기는 빨리 시들어버리기 때문에 나는 매일 아침 일찍부터 황혼이 올 무렵까지 해바라기를 그린다’

라 했다. 강렬한 색채와 두꺼운 붓 터치로 인한 질감표현이 특징인 고흐의 해바라기 중 12송이가 화병에 꽂혀있는 그림이 가장 인상적이다. 고흐가 개인적으로 좋아한 해바라기의 노란색은 그의 그림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3. 별이 빛나는 밤에
가슴을 적시는 별이 빛나는 밤에 그림은 눈이 부신다. 그 그림 앞에 가서 서있으면 없던 낭만도 생겨나는 것 같고 무언가 내가 기구를 타지 않고도 하늘을 날고 있는 것 같다. 내 옆구리에 날개가 달려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멀리 보이는 교회는 내가 언제가 한번 가보았던, 다녀보았던 어릴 적 교회 같기도 하다. 또 멀리 떠있는 달은 내가 언제나 소원을 빌던,
어스름한 저녁 혼자만의 길을 걸을 때 나를 비추어주던 달 같기도 하고 내 등불 같기도 했다. 언덕 위를 달리는 구름들은 노래를 들려주는 것 같다. 스물스물 내 귀를 간질이며 올라오는‘빈센트-돈 맥글린(Vincent -Don McLean)’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이 그림은 고흐가 고갱과 다툰 후 귀를 자르고 생레미의 요양원에 있을때 그린 그림이다.

‘별은 알 수 없이 빛나고 있지만 저 맑음 속에는 얼마나 많은 고통들을 숨기고 있는지 고통스런 것들은 저마다 빛을 뿜어대고 있다. 심장처럼 파닥거리는 별빛을 너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라고 동생인 테오에게 보낸 편지 내용처럼 철창이 쳐진 정신병원의 창 너머로는 상 레미의 시가와 별이 깔린 하늘을 보면서 그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 아름다운 모습으로 하늘을 보면서 겹겹이 겹치는 소용돌이와 수풀 속에 가려지는 동네, 별빛이 역동스럽게 빛나는 모습을 표현한 기법은 자신을 지키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지는 듯 했다. 자살하기 1년 전 쯤 그린 그림이라하기는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이다. 아를르의 노란색 집에서 살면서 자신의 화실을 노란색 해바라기로 가득 꾸미기를 원했던 그는 37세의 젊은 나이로 안타깝게 인생을 마감 했지만 불멸의 화가로 남긴 것 치고는 너무도 어두운 삶을 살아온 불행한 사람 이었다.

아니 그는 우리가 모르는 아주 행복한 사람으로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만의 세계를 꿈꾸며 불타는 예술혼을 남긴 화가 이니 말이다. 나도 온몸이 아프기도 하고 만사가 귀찮아 질 때가 있다. 우울하고 무언가 산다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곧 죽을 것 같이 아플 때도 아이들의 그림을 지도하고 있을 때는 기가 막히게 아픈 것이 싹 가신다. 그리고 작품 하나를 완성할 때 생의 힘 솟음이 들린다. 무더운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며 더위와 싸우며 그리던, 아주 손발이 시리도록 추운 날 손을 호호 불며 그렸던 그때 왜 작품들이 아주 잘나오는지 모르겠다. 우리에게 전해오는 많은 명화들이 있다. 그런 아름다운 명화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으면 왠지 나 자신이 고품격화 된 기분들을 너나 할 것 없이 느낄 것이다. 그들의 작품은 자신의 영혼을 불사지른 작품들이기 때문에 더 명작이라 불리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 명작을 하나, 하나 보다 보면 정말 환상적으로 아름답다. 마음을 정화시키고 예술가들의 열정적인 혼이 보이기 때문에 무언가 느낌을 안고 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앙드레 말로는‘예술은 근대의 종교이며 박물관은 그 사원이다’라고 말한 적 있다. 그만큼 예술은, 그림의 세계는 현대인의 문화생활로 많은 일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다. 우리에게 그림의 존재는 마음을, 정신적인 세계를 순화시키는 정서의한 마당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더구나 명화가 열리는 미술관은 인산을 이룬다. 어릴적 부터 가장 좋아했던 화가 그의 그림을 따라 그리다가 노랑색을 좋아하게 되었던 소녀 그리고 그의 일생을 안타깝게 여겨 동정의 눈길을 보냈던 여학생이 어느 날 그림으로 직업을 삼고 그림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화가의 길을 매김하게 위해 그녀는 가끔 밤을 새우며 붓을 놀리고 있다. 비록 불행한 삶을 살다 간 그의 발자취이지만 그의 그림의 세계를 동경한다. 그리고 그의 불멸의 화가라는 명칭을 부러워한다. 그리고 그의 정열적이고 열성적인 지글지글 거리는 세계를 나는 존경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당신의 영혼이 지치고 힘들거든 고흐의 그림들을 감상해보라. 지쳤던 당신의 삶과 영혼이 가득 행복으로 넘칠 것이다.’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