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40호2010년 [시-정영애] 블랙코미디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79회 작성일 10-12-30 10:10

본문

개다리를 흔들며 모두가 꼬리치던 허약한 시대
깡똥한 생을 추켜올리며 태엽감긴 인형처럼
슬랩스틱! 슬랩스틱!
나를 얕잡아봐
나를 우습게 보라구
썩은 이를 드러내고 누렇게 웃어봐
부푼 헛배를 움켜쥐고 배꼽 빠지게 나를 조롱해봐
변비처럼 단단한 허세를 시원하게 배설해봐
멸시의 분칠을 질겅질겅 껌처럼 씹어보라니까
뻗정다리로 절룩거리다 어디쯤 자빠질까
어디쯤 넘어져야 통쾌하게 뒤통수 맞을까
웃음조차 더듬거리는 벙어리 삼룡이가 되어
혓바닥보다 더 납작한 이름 뱉어가며
그들의 입 속에 활짝 핀 꽃이 되고 싶었어
이름 속에 숨겨놓은 용의 꼬리로
우울한 시대의 뺨이라도 한 대 후려치고 싶었어
하하하,
삐걱거리는 침대 위로 비가 내리는군
오랫동안 감추었던 꼬리로 개다리 춤을 춰 봐
기름지게 웃는 이십 일 세기의 입술에 입 맞추고 싶어
슬픔 없는 울음 대신 비루먹던 괄시들을 입관 시켜줘
세상의 모든 비웃음을 관 위에 뿌려줘
하하하,
개기름 흐르는 비대한 다리를 흔들며
개다리 춤을 춰 봐
- 코미디언 배삼룡을 위하여-

*블랙코미디: 끔찍하거나 병적인 풍자로 된 희극
*슬랩스틱: 보드빌 연예인이 무대 위에서 두드리는 막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