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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정영애] 오진(誤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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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58회 작성일 10-12-3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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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맞은 편
꽈리고추 같은 할머니들
조글조글 한 소쿠리 모여 앉아
순한 푸성귀들 다듬고 있다
-할머니, 이 고추 매워요?
-아녀, 내가 잘 진찰혔는디 하나도 안 맵어
할머니는 상추 같은 손을 내저으며
구겨진 비닐 봉투 벌리고
벌써 꽈리고추 한 사발 엎어 담았다
저녁에
멸치와 고추를 볶다가
무심히 꽈리고추 하나 깨물었다
얼마나 독하게 매운지 눈물이 핑 돌았다
바닥까지 들여다봐도
속을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여리고 순한 것들도 때로는 이렇게 독해
눈물 쏟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