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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정영애] 불안의 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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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93회 작성일 10-12-3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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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는,
사라진 소녀를 찾기 위해
버려진 한 짝의 슬리퍼를 클로즈업한다
놀이터 간 딸아이가 세 시간째 보이지 않는다
검은 가면처럼 아이들의 놀이가 던져놓고 간 강박증
해 저문 침묵 속에
그네 혼자 익명의 사내로 흔들거린다
정적을 들추며 사방으로 휴대폰을 누른다
아슬아슬한 나이를 비꼬는 앳된 여자아이들의 웃음소리
수없이 복사한 입술을 립싱크로 저장한 컬러링
세상은 부재를 묵인하듯 끊임없이 불통이고
입술 얇은 초저녁 달도 모든 장면을 침묵한다
화면 속의 슬리퍼를 꺼내 신고
황급히 어두운 거리로 나선다
사각으로 감금된 건물들의 그림자 뒤로
터미널의 으슥한 화장실 옆으로
스윽, 날 것을 먹은 어둠의 혀가 자꾸 길어진다
둥근 어깨가 벗겨진 어린여자아이들의 전단지를 밟고
사람들이 웃으며 지나가고
고장 난 화면처럼 수없이 재생되는 불투명한 영상
희망이 방전된 휴대폰을 접는 순간
-엄마, 나 집이야-
숨 막히게 돌아가던 필름을 되감으며
초록불이 깜박이는 신호등 가로질러
마음 먼저 집으로 보낸다
불안을 횡단하던 슬리퍼를 벗어던지고
간단명료하게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