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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정영애] 환절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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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44회 작성일 10-12-3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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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기 전
가끔 수상한 바람이 불기도 한다.

손님 많기로 소문 난 동네 보리밥 집
로또 당첨 된 안주인이
연하의 애인과 도망쳤다는 뜨거운 풍문이
사람들의 혀 끝마다 알싸하게 퍼졌다
길에서 시장에서 안방까지 활짝 핀 루머는
봄바람처럼 여자들을 달뜨게 했다

로또의 당첨과
감쪽같이 숨겨 놓은 젊은 애인의 뻔한 스토리는
막장 드라마보다도 더 저질이지만
당첨 된 로또는 은근히 욕심났고
숨겨 놓은 애인은 거먕빛깔로 부러워
여자들은 내심 가슴을 쳤다
느지막이 복 받았구나
우르르 몰려가
뜬소문이 아슬아슬하게 진실이기를
진실이 말짱 헛소문이기를 바라며
보리밥집 문을 여는데
북적이는 손님 상 사이로
금슬 좋은 두 내외의 바쁜 발걸음들이
희희낙락 뜬소문들을 뭉개고 다닌다
솜사탕처럼 부풀어 올랐던 낭설들
달짝지근하게 녹아버리자
늘 입맛 당기던 보리밥만 맥없이 겉돌고
곧, 벚꽃이 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