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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정영애] 국물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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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14회 작성일 10-12-3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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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엉뚱한 이름으로 사는 나를 까발려보고 싶다
츄리닝처럼 헐렁한 엄마를 벗고
속곳 같은 아내도 화끈하게 벗고
가면으로 슬쩍 가려진 며느리와 딸도 잠시 벗어 둔 채
딱, 하루만
나무꾼 같은 내 안의 뚝심을 도끼질하며
한 짐 장작을 패듯
갑옷 같은 이름들 탕탕 두들겨 패고 싶다

아무도 날 알아보지 못하는
어느 허름한 골목 끄트머리 선술집에 앉아
낮술 몇 잔 거나하게 꺾고
내 안의 울화를 키워준 끄나풀들 하나하나 호명하며
맞장 뜨고 싶다
알싸하게 오른 취기를 빌미삼아
딱, 하루만
나를 깽판치고 싶다
생목이 오르듯 그렇게 삭지 못한 날 것들
모조리 토해 놓고
아주 가.볍.게
빈 병 같은 마음으로 바람 속을 휘적거리다
갑옷을 입듯
다시
무장의 대명사 한 벌

탁탁 털어 입고
아무 일 없듯 저녁쌀을 안치고 고등어를 토막 치면
십 년, 묵은 체증이 끄윽 내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