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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정영애] 숟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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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09회 작성일 10-12-3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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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칼한 찌개의 개운한 땀방울이거나
수북이 부푼 욕망의 군침이거나
묵묵히 실어 나르는 네 노동에도
시간의 흔적이 있다는 것을
엎드려 있는 너의 등을 보고
처음 알았다

둘러보면
시간이 스며들지 않는 것은
어디에도 없지만
밥투정하듯 숟가락 걸쳐놓고
밥알만큼 흘린 시간들
너처럼
등이 휘어져서야 깨달았다

끼니마다
밥상을 담아내는 일이나
밥 한 그릇의 무게를
고스란히 비워내야 할
우리 무수한 날들의 노동이
따뜻한 밥을 향해
손잡고 닮아 가는 지금
우리는 서로의 속을
빤히 들여다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