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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송현정] 가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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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819회 작성일 11-01-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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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을을 지나쳐 갈 때
쑥부쟁이와 볏짚 몇 단이
논두렁과 밭두렁까지 따라와 주었다.

속 비우고 찾아 나선 숲이나 들 끝에
내 눈 귀 그리고 손가락 끝에서
가을은 들끓고 있었지만
파주군 마장리에서나
장흥의 옛묏골에서도
사람들은 모두 떡갈나무 잔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제는 굴릴 수 없는 수레바퀴의 살이며
바람이 할퀴고 간 풍차의 날개에서
내 몸 속 계절병은 도져 있었고
가랑잎 보다 더 마른 몸으로 날리던 내가
말라버린 개울에서 첨벙대다가
내 뒷머리에서
그리움의 종기로 곪아 있었다.

돌아와 마주앉은 아침 식탁에서
아이들은 힘찬 젓가락질로
가을 대궁을 집어내고
수돗물조차 가을을 소리 내어 울고 있었다.

밀처둔 설거지를 끝내면
벽마다 탈바가지를 걸어 놓아야지
뒤란에는 통장작도 준비해 두어야지
가을 여행의 기관차와 수레바퀴 에다
이것들을 매달아 주어야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내 자궁 속에 자리 틀고 있는 가을을
바람 자는 들녘으로 출산하려면
나는 또 길 떠날 채비를 서둘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