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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신민걸] 북창 유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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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736회 작성일 11-01-0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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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이라고
이제부터 따로 재운답시고
딱 서재로 쓰던 방 양보해 아들 방으로 내어준다
저 넓은 유리창 너머 무시로 지나는 뭇 구름 좀 보라고
지나던 매미 방충망에 붙어 시원하게 울다 가고
이따금씩 저물녘 참 고운 노을도 네 귓불까지 번질 거라고
동해로 힘차게 질주하는 산맥의 매끈한 허리도 짚어보면서
더 너머 별처럼 반짝이는 원산 함흥이란 데도 있다고 살펴보라고
책상을 빼고 그 자리에 침대를 둔다

밤새 창에 비가 들이쳤나 보다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흐르다가
가벼워지면 미끈한 유리 붙잡고 그새 동그래지는
비 그치고도 남아 있는 작디작은 물방울을 보렴
밤새 한 방울 한 방울이 남긴 구구절절의 역사와
그걸 기억하는 매끈한 창문의 힘을 알 수도 있을 거다
사는 게 모조리 기억나는 건 아니다만
흐르고 뭉쳐 버티고 다시 구르고 뛰어넘는 일상이
자라는 네 추억의 잠자리와 함께할 테니

새근거리는 네게는 무량한 선물이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