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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신민걸] 그녀는 어떻게 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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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772회 작성일 11-01-0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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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엘쥐대리점이요, 네? 속초 청학로에 있는 거요, 네?
제가 지금 핸드폰 사신 대리점인데요, 네? 등록이 안 되어 있다
구요? 여기는 속초 청학로예요, 저는 지금 버스 타고 가시는 중
인데요, 네? 알았어요

여보세요, 빠리제과점이요, 네? 속초 청학로라니까요, 네
여보세요, 빠리제과점이죠? 거기 고구마 케이크 있나요? 없어
요? 왜 없어요, 고구마 케이크가 있어야 하는데, 제 생일이라서
고구마 케이크가 먹고 싶으신데, 만들어 주시면 안 될까요? 네?
알았어요

여보세요, 삼성병원 원무실이요, 네? 여기는 속초 청학로라니까요,
네 여보세요, 삼성병원 원무실이죠? 거기 입원을 하셔야 하는데
요, 네? 제가 거기 병원에 입원을 하셔야 한다구요, 네? 진료를
받아야 입원을 할 수 있다구요? 아니, 오늘 머리도 너무 아프고
아까 자다가 밥 먹고 토하고 그래서 입원해야 되는데요, 네, 제가
입원을 하셔야 되는데요, 네? 알았어요

엄마, 병원에서 입원해야 된대요, 아니, 삼성병원에서 내가 입
원을 하셔야 된대, 정신병자 취급 받는 게 아니라, 오늘 머리도
너무 아프고 아까 자다가 밥 먹고 토하고 그래서 입원해야 된대,
나 삼촌한테 전화해서 입원하셔야 돼요, 아니, 삼촌한테 전화할
게, 나 정말 아프다니까, 끊어, 삼촌한테 전화해서 삼성병원 원
무실에 입원할 거야, 싫어

걷는 게 무지 더워서 55번 순환버스를 탔다, 중앙시장 어물전
냄새가 고스란히 밴 에어콘 바람이 세다, 새로 산 핸드폰 상자를
무릎에 올려놓고 앉아 있는 한 여자가 열심히 전화를 한다, 내내
묵묵히 듣고 있던 승객들은 서늘한 몸으로 저마다의 정류장에서
차례차례 내린다, 그녀는 쉬지 않고 전화를 했다, 그녀는 어떻게
전화를 샀을까, 창밖으로 보이는 간판마다 전화번호가 붙어 있는
데도 그녀는 굳이 114를 고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