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40호2010년 [시-신민걸] 때려라!! 덩 쿵—치영에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800회 작성일 11-01-04 10:22

본문



꽁지머리 상쇠가 이끌고 나온 풍물패가 늘 보던 제 얼굴 꼭 닮
은 상모를 얹어 쓰고 달을 그린다, 해를 그린다, 열두 발도 더 길
게 길게 돌고 돌아 시작되는 소리의 굿판에, 둥글고 넓은 우주를
그리고, 그 한가운데 어영차 사람들 손에 손 잡고 들어와 엉덩이
를 내려놓는다, 굳은살 박인 손끝에서 파도처럼 들꽃처럼 일어난
요모조모 가락이 온 산과 들과 바다와 하늘을 휘몰아친다, 둥근
쇠와 둥근 장구와 둥근 북과 그래서 둥근 징이 한데 얼어 질펀하
게 놀고 까불고 간섭하고 희롱하니, 춘향이도 잠깐 나와 한오백
년 닳고 닳아 반질반질한 곤장 열 대를 차례차례 맞으며 웃는 듯
우는 듯 못된 사랑을 혼내고 간다, 먼 바다 진도에서 건져 올린
수군의 힘찬 북소리도 가져와 한 타래 걸쳐낸다, 예로부터 오늘
까지 마냥 질주하는 우리의 굵고 긴 소리가 힘차서 참 고맙다

삼라 천태만상을 간질이고 흔들고 때리고 얼른 저 빛과 숨과
땀의 한바탕 놀이

태초에 그대 사람이 있어 한 번 휘저어 둥글게 세상을 일으켰
노라
- 속초시립풍물단의 공연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