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40호2010년 [시-신민걸] 脈香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778회 작성일 11-01-04 10:23

본문



살다 보니 참 별 일이야
삼한사온 저리 가고 내리 칠한
춥다 추워 춥다 추워 베란다 화분 다 거실로 옮기고
그나마 아침햇살 받으며 거실살이 따스했는데
느닷없이 펑 터지고 깨지는 소리에 놀라
휑한 베란다 내다보니 타일이 다 터져 올랐어
타일 아래 바닥은 자꾸 춥다 연발하며 꽁꽁 움츠러드는데
햇살 맞는 타일은 그나마 그대로라 견디지 못해 깨져 올랐어
오른 기세 헤아리니 기똥차게도
쥐라기 태백산맥 융기한 꼴이라
태백에서 내내 살아온 구구절절의 우리가 보이고
끓고 끓어 치오른 큰 산맥의 냄새 스멀스멀

어지러운 보일러 물길을 따라 누렇게 타들어간 장판 아래
깨진 구들장으로 올라오던 매캐한 냄새
한겨울에도 늘 창문을 슬며시 열어두고 자야만 했지
아니면 온 식구 골목길에 나란히 실려 나와 누울 판이니
열린 창 빼꼼빼꼼 넘어 다니는 좀도둑도 많던 단칸방
머리맡 자리끼 주발이 꽝꽝 얼어서 부풀 정도라
이불이란 이불 모조리 꺼내 삼대가 나란히 머리까지 묻었지
불길이 갓 잡혀 발그레 살아나던 매캐한 냄새
깨지지 않게 구석부터 차곡차곡 잘 쌓아올리는 법과
손가락에 흉터를 남기며 스스로 깨친 집게 잡는 법
불 조절도 잘 하고 다음을 미리 챙기느라 늘 붙잡힌 몸
하필 그런 게 솔솔솔 피어올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
다시 제대로 살려면 얼른 고쳐야 할 텐데
자꾸만 코가 마르고 막히는 순장의 습관
이불을 뒤집어써야 그나마 곤히 잠드는
살다보니 늘 별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