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40호2010년 [시-신민걸] 충돌 전 충돌 중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786회 작성일 11-01-04 10:29

본문



매머드 한 마리를 곱게 접어
버스 맨 뒷자리에 앉힌다
깜빡하면 보지 못하고
까딱하면 놓치게 되는데
난방이 여의치 않은 낡은 여기 행성
내복도 갖춰 입고 입마개에 털모자까지
꽁꽁 싸맨 채로 가만히 숨을 고른다
콧김에 촉촉이 젖어
가만히 창밖으로 움직이는 풍경을 본다
검은 침엽수가 휙휙 산꼭대기로 물러나 앉고
하얀 파도는 자꾸 밀려와 방파제가 얼어붙는다
이 버스가 다른 차와 충돌할 확률은 작다
이 행성이 혜성과 충돌할 확률은 더 작다
바이러스도 소행성도 공룡도 전나무도
버스도 산도 바다도 바삐 출근중이다
어금니 빠진 자리가 자꾸 간지럽다
촉촉한 콧김은 무척 마음에 든다
이 겨울이 가면 모른 척 다시 살 수 있을까
살아 있는 동안 씩씩하게 잘 살 수 있을까
매머드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문 앞으로 걸어나가 드디어 벨을 누른다
빨개진 벨이 빽 하고 운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조심해서 쭉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