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40호2010년 [시-신민걸] 여기는 十字路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802회 작성일 11-01-04 10:35

본문


가로와 세로로 쫙 갈라놓은 여기는 십자로 횡단보도 앞, 신호
등이 파랗게 변하길 오래 서서 기다리는 중, 자전거 여행 중, 자
전거에 걸린 일곱 개의 배낭과 빨아서 달리며 말리던 옷가지와
힘들고 여윈 기억을 등에 맨 채로 오래 서서 기다리는 중, 여기서
저기로 건너려는 중, 여기는 아주 조그만 틈새, 사방에서 밀려드
는 차들과 더불어 실려 온 바닷바람까지 온통 빨아들이는 배꼽,
이맘때 씨알이 굵어진 해바라기들은 늘 동서남북 사방으로 고개
를 떨구지, 씨를 떨구지, 해를 떨구지, 당신을 떨구지, 드디어 파
란 신호등이 켜지면 찰나에 네 조각이 하나로 꿰매어지고, 새로
난 길 위로 꽉꽉 페달을 밟아 모두 당신에게로 돌아가려는 중, 일
곱 개의 별이 서로에게 충만한 별자리가 되고, 마침 단 하나의 인
사말로 수렴하려는 중, 여기는 당신의 꼬깃꼬깃한 배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