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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박대성] 꽃은 제 이름을 어디에 버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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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945회 작성일 11-01-0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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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이다. 벚이
아, 버지
아버지들이 만개하여 날아간다.

나는 본다.
아, 버지들이 하얀 꽃잎으로 날아가는 것을
여기 지구의 한쪽, 따가운 햇살이
아침이라는 북소리를 울리자
일제히 날아오르는 아버지들을

희디흰 와이셔츠를 입은 아버지들이
미미한 얼룩으로도 남지 않을 자신들의 이름을
저리 내다버리는 일을 나는 지금 목격한다.

기껏 치장이라곤 목에 맨 넥타이 한 줄
그 목에 맨 줄이 빛나고 빛나도록
희디흰 와이셔츠를 차려입은 나의 아버지들이
저리 눈부시게 날아가는 봄날의 아침

가뭇한 지구의 저쪽으로
눈부시게 흩날려 가는
희디흰 아버지들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