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2010년 [시-박대성] 殺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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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 어느 깊고 깊은 두메. 손자 낳아 몸조리하러 온 딸을 위해
아버지는 기르던 누렁이를 잡았다지. 누렁이 탕을 먹던 딸이, 정
들었던 누렁이에게 미안하고 아버지에게 미안한 딸이 그만 체하
고 말았다지. 친정엄마 맨발로 뛰어 나가 터앝에 주렁주렁 탐스
럽게 열린 살구 하나를 뚝 따다 먹였다지. 딸의 목에 걸렸던 그
누렁이, 짖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쑥, 쑥 내려갔다지. 그 새콤달
콤한 殺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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