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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4년 [시-조인화]탑동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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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뫼
댓글 0건 조회 2,455회 작성일 05-03-2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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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이 물을 따라 올라가 본 적이 있다
여기 저기 맨살 위로 툭툭 불거진 돌
그렇게 넘치던 물 가라앉힌 자갈밭을 지나며
나무 등 짐 지고 내려오시던 외할아버지 산
뒤집어 놓는 포크레인 소리에 지워진 길 허방허방히
눈짐작해 보며
백년이 지나도 싸리담장 집터 그곳에 있고

늦은 밤 베틀에 앉아서 벽에 붙여 놓은
가갸거겨로 잠을 쫓아내셨던 어머니
여름이면 베적삼 즐겨 입으시고
삼단 같은 검은머리 감아 빗던 얘기
들려 주셨다

원산 구룡다리 넘어 북간도로 간 님
돌아오지 않아
갈퀴처럼 귀 얼리던 동짓달

하얗게 언 탑동천 건너며 열리던
무심한 새벽
열병에서 깨어난 잎마다 노란 꽃 번식하여
낯설기만 하던 기억 접으며
산은 뒤에서 오래 침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