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40호2010년 [시-박대성] 벌과의 동행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842회 작성일 11-01-04 11:05

본문


버스를 탔다. 우연히 동승한 벌 한 마리를 본다. 벌도 가야할
곳이 있나?
궁금하다. 나의 고정관념이 발동되어 창문을 열고 벌을 내보내
려 애쓴다.
그러나 벌에게 자유를 주어야한다는 내 생각을 묵살하며 밖으
로 나가지 않으려는 벌. 순간 기쁨 인다. 벌은 나를 인연이라 여
기는 걸까? 인연? 버스 안에서 나는 벌과 나란히 앉는다. 벌이
벌의 고정관념을 내려놓기 시작한다.

사람에게도 꿀이 있다고, 꿀 같은 사람도 있다고. 그 사람의 꿀
을 얻기 위해 자신은 수행 중이라고.
나는 은근히 벌에게 아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내 몸 어디
라도 벌이 촉수를 꽂아도 좋다고 생각해본다. 그러나 그런 내 마
음을 알아챘는지 벌은 무섭게 달리는 차창 밖으로 몸을 날린다.
나는 또 하나의 동행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