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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박대성] 아버지, 액자는 따스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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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787회 작성일 11-01-0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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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좁았다. 삼형제가 여섯이 되고 여섯이 다시 불어 열둘이
되는 건 행복한 인구론이다. 명절이 되면 집이 부었다. 막걸리를
받은 기정떡이 불듯 집이 부어올랐다. 아버지도 부어올랐다.
무작정 아버지에게로만 달려들던 세상의 포탄들.
아버지는 부어오른 참호였다.

집이 좁았다. 부어오르던 아버지가 서둘러 액자로 들어 가셨
다. 창 하나가 전부인 아버지의 집이 겅중 허공에 걸렸다. 그 공
중의 망루가 마음에 드시는지 연신 웃으신다. 아버지가 비운 자
리는 고스톱 판이, 윷판이 서고 둥근 술상이 놓이기도 한다. 망루
에서 내려온 아버지가 다시 도리도리 곤지곤지를 배우는 사이 애
기똥풀이 피었다지곤 한다. 참 넓고 깊은 아버지의 자리.
아버지, 액자는 따스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