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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최명선] 배후에 내리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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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764회 작성일 11-01-0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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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운동장 한 구석
누군가가 써 놓은 커다란 말위에
흥건하게 빗물고였다

운명이었을까
달콤한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벌레 한 마리

비 개인 후 와서 보니 말이 지워져 있었다
햇볕 아래 놓인 죽음은 환하고
스스로 길이 된 불안한 시간만이
구불구불 증거처럼 말라붙어 있었다

순간을 빛나게 했던 짧은 생 위에
웃자란 적요는 병처럼 깊어가고
쉼 없이 쏟아지는 다시 또 빗줄기는
사랑해,
지워진 말의 배후에서
비정처럼 흔적들을 쓸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