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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최명선] 따뜻한 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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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711회 작성일 11-01-0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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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자라는 빗줄기를 본다
위를 향하는 것만이 잘사는 길이라고
생각한 내게
물구나무서기를 해 보여주는
비나무 경전
깜깜한 시간 속에서도
낮은 길은 늘 제자리 지키며
지고 피고 했는데
나는 왜 그 길 비켜 위만 보려 했을까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게 생이라는 걸
길속의 길이나 길 밖의 길이나
종국에는 한 곳에서 만나게 된다는 걸
비 되어보니 알겠다, 흘러보니 알겠다
모두 다 젖어 더 젖을 것 없을 때
비 끝에 묻어오는 볕 한 점의 온기처럼
빗방울이 잠언이다
빗줄기가 경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