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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최명선]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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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750회 작성일 11-01-0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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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밤의 버스 터미널
사십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 하나가
차에서 내린 내게 다가와 슬며시 손 내민다
자존 버리고 이상 버리고
노숙자라는 이름을 전신에 새긴 남자
빵 하나 손에 들고 가게를 나오던 뒷모습이
김 오르는 내 밥그릇 위에 자책으로 고이고
얽힘과 풀림을 되풀이 하면서
원심에서 분리되어 나가는 생의 파편들
한 마음 안으로 들이면
또 한 마음 밖을 도는 눅눅한 시간 속,
목화솜 같은 눈발은 천지에 만발한데
씨아도 없이 그는 무슨 꿈을 잣고 있을까
불면은 점점 폭 넓히고
길 지우는 눈꽃들 축포처럼 터지는 밤

고통스러울수록 빛은 더 색을 발하나
남아도는 십자가 불빛이 오늘따라 더 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