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호2004년 [시-최숙자]나는 그렇게 안 되는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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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비겁해지지 않고
어디에서도 비굴하지 않게
살 줄 알았습니다
이항복 전기를 읽던
내 어린 시절
어머니께 야단 맞을 때마다
크게 될 떡잎일 줄 알았습니다
힘차게 돌아가는 물레방아간 물길을
다른 데로 돌려놓고
도망치던 날부터
몰래 남의 집 울타리 사이로
지게 작대기 들이밀어
벌통 쓰러뜨릴 때부터
알았어야 했습니다
아이들 말썽부려도 조신하게
타이를 줄 알고
콩나물 몇 백 원어치에
가계부를 걱정 안 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옆구리 터지도록
쉰밥 덩어리 아깝다 다 거둬 먹고
식식거리며 퍼 질러 자는
그런 아줌마는 안 되는 줄 알았습니다
어디에서도 비굴하지 않게
살 줄 알았습니다
이항복 전기를 읽던
내 어린 시절
어머니께 야단 맞을 때마다
크게 될 떡잎일 줄 알았습니다
힘차게 돌아가는 물레방아간 물길을
다른 데로 돌려놓고
도망치던 날부터
몰래 남의 집 울타리 사이로
지게 작대기 들이밀어
벌통 쓰러뜨릴 때부터
알았어야 했습니다
아이들 말썽부려도 조신하게
타이를 줄 알고
콩나물 몇 백 원어치에
가계부를 걱정 안 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옆구리 터지도록
쉰밥 덩어리 아깝다 다 거둬 먹고
식식거리며 퍼 질러 자는
그런 아줌마는 안 되는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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