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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장은선] 장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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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902회 작성일 11-01-0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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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서 일하는 아저씨
땀범벅이 되어 장작 만든다
산비탈을 청솔모처럼 발을 떼어
태풍에 쓰러진 노송들을 긁어모아
눈짐작으로 나무의 크기들을 맞추니
용마루기와들이 숨을 고른다
톱을 들어 나지막한 화음을 들려주니
지붕에 내려앉은 겹겹의 구름처럼
모진 바람의 흔적인 나무의 나이테들이
몸을 열어 쌉싸름한 향내를 풍긴다
지난 생을 살아온 구부러진 산길이
한때는 나무의 둥근 몸이었다고
나무의 옹이를 달래면서 장작을 패는
그의 몸과 마음이 처음부터 하나였음을
눈, 코, 입 등이 차례로 떨어져내려
몸통만 남은 돌부처가 되어 간다
쌓아올린 장작들이 가을 산의 뼈대로 서서
바람에 흔들릴지라도 쓰러지지 않을
작은 절 한 채로 날아갈듯 앉을 일이다
흰 눈 내리는 한겨울
나무보일러에 들어간 장작들은
잉걸불 우는 소리로 곧은 연기를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