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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장은선] 두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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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894회 작성일 11-01-0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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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일이
두부 굽는 것 같아서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가면 안되나보다
가만히 들어올린 손끝에서
수더분히 부서지는 두부는
순리대로 몸을 도마에 짓밟히면서도
자기 몸을 던져 흐린 물기를 내보내고
오류투성이인 나에게 하얀 꿈으로 다가온다
손에 잡힐듯한 여린 두부는
맷돌에서 천덕꾸러기로 갈갈이 기 었 던 두부는
다시 돌아눕기 귀찮다는 콩밭에 누운 와불인양
콧김을 자극하는 구수한 향기로 남는다
장마비같이 기름방울 튀기는 후라이팬에서도
겉으로 상처를 입어도 말람말랑한
발효된 씨앗으로 돌아간다
두부 굽는 일은 전집을 한끼의 책으로 나누어서
젓가락으로 생활 속의 활자를 건지는 일
내 손은 언제나 힘이들어가
서투른 젓가락질같이 내 그림자보다 앞섰다
혀에 닿으면 밀과자처럼 사르르 녹아들었던
노릿노릿 두부를 잘 구었던 어머니는
평생을 경전을 다루었던 보살인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