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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장은선] 장터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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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924회 작성일 11-01-0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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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몸살기운이 있으면
시골 장터를 한 바퀴 돌아볼 일이다
저녁에 간장 달이던 구수한 냄새가
물약이 되어 옷깃을 파고 든다
할머니의 약손이 들고나온 도토리묵 몇 모
등굣길 손주에 천원짜리 지폐로 들려지기도 하고
분바른 시골 아낙들은 홍조를 못감추고
드라마에서 유행하는 별핀 값을 깎고
경운기가 소처럼 묵묵이 기다리는
먼지투성이 아저씨들은 동동주 몇 잔에 취해
논밭에서 묻어온 부스러기를 마음에서 덜어낸다
용돈이 궁한 할아버지들은
돋보기 너머로 장기판을 벌이다
땟국물 나는 말뚝질을 해대고
장독에서 퍼온 한 바가지의 옥수수가 부풀어올라
순식간에 한 자루의 꿈이 될때
객지에서 흘러들어온 약장수까지
신명난 몸짓으로 춤판을 벌이면
시름을 잊은 구경꾼들의 구성진 박수소리들이
두물머리로 만나 안으로 삼키던 설움들이
들깨알 같은 웃음으로 흩어진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세파에서 내려
잠시나마 옛 달을 장바구니에 담아올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