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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4년 [시-최숙자]이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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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뫼
댓글 0건 조회 2,687회 작성일 05-03-2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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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송 엽서처럼 구석에 처박혀
제 몫을 다 하지 못하고
불혹을 넘었다

완성보다는 미완성을
만월이기보다는 초승달이기를
더 소망하는 나는
여덟 달만에
설운 한 살을 더 먹었다

추위가 치통으로 일어서는
섣달 긴긴 밤
어머니는 얼음도 약이라고
우물가로 나섰고

미끄러운 빙판 헛딛어
덜 떨어진 딸 하나 목숨 겨우 붙어
칠삭동이는 살아도 팔삭동이는 못 산다는
옛말이 무색토록

덜 찬 인생 여태 살았으니
비어있는 원고지를 채워 가듯
허기를 채워야 하는
이월
늘 모자라는 자식처럼
애잔한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