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2010년 [시-조인화] 거진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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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어판장 그곳에 내 패배가 있다
아무리 정하고 단단한 것들도
바다 바람에 내놓으면 녹슬어 버리고 마는
살을 엔다는 표현 외에 적당한 말이 없는
새벽길에서 돌아온 배가 부려놓던 짐
그만의 무게를 가지고 있던 짐
그때부터 그녀는 프로가 된다
엉키고 찢긴 그물을 만지던 날렵한 손
갈퀴처럼 뻣뻣한 그 손을 보면 얼마나 숙연하던지
비린내와 때에 절어있던 손
내게 생선 한 바케스를 쏟아부어주던 손
해저녁 즈음엔 다시 바다에 내릴 온전한 그물로
기워지던 삶의 기술
그곳에 내 패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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