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2010년 [시-최숙자] 유리 구두에게 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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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을 알리는 종소리
급히 계단을 내려오다
유리 구두에게 물리다
야금야금 내 발을
물어뜯기 시작하는데
어떤 이는 손가락질 하고
더러는 삿대질도 서슴치 않는다
아프다고 소리 칠 수도 없다
힘들다고 말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고 가파르다
순례자의 고행도 아닌
꽃짐을 지고 언덕 오르고 있을 때
실핏줄 같은 선을 타고 오는
유리구두 때문에 얼마나 힘드냐고,
먼 불빛 아득하여 눈물이 핑 돌았다
나의 장애를 아파하며
함께 절룩거려 주는 사람아
상처 난 지친 발로
너에게로 가는 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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