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2010년 [시-김향숙] 거진 등대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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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주의보 내리던 날
거진 등대언덕에 올라갔다
동해 수평선이
거품을 물고 통째로 달려들어
흰섬과 바위들 멱살을 잡아도
방파제 너머 항구 안에는
크고 작은 배들 소복이 모여
친정집처럼 술렁거렸다
바다가 마를 때는
가끔 큰 폭풍으로 바다 밑이 뒤집혀야
풍어가 된다고 했다
차분한 바리톤의 눈빛으로 흥얼거리는
등대음을 배경으로
바람과 비와 바다의 연주가
격한 화음을 이루고
나는 가끔 추임새만 주면 되었다
긴 연주를 견디지 못하고
날 저무는 등대길 내려오는 관객의 뒤로
한 막이 끝났는지 벼락천둥소리 요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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