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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4년 [시-최숙자]아직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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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뫼
댓글 0건 조회 2,423회 작성일 05-03-2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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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허리가 아파
귀때기 파란 치료사에게
부실한 몸을 내 맡기고
죽은 듯 엎드렸다

젊은 치료사는 용하게도
통증 있는 곳을 찾아
이런저런 기구를 번갈아 가며
뜨겁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다

68년 폭염 내리던 그 여름
쫓기던 공비가
하늘 아래 첫 동네
용소골 순희네 삼밭에 숨어들었다

하늘에서 땅에서 그를 향해
빗발치듯 쏘아대는 합동작전에
전날 밤 민가에서
훔쳐 온 누룽지도 먹지 못하고
아군 지휘관 발목과 함께
불꽃이 되어 사라졌다

봄이 오고 풀꽃들이
화약 냄새를 지우고
포탄에 쓰러졌던 삼밭도

다시 푸르러 졌지만

아직도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