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40호2010년 [시-최월순] 따스하게 데워진 정종 한 잔에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72회 작성일 11-01-04 14:45

본문



한 해를 무사히 넘어왔다고
종무식을 마친 사람들
추위에 쫓긴 참새들처럼
종종걸음으로 따뜻한 불빛을 찾아 몰려간다
열에 들떠 쏟아내는 말들은 허공을 맴돌고
유령처럼 떠도는 마음들과 눈을 맞추기 위해
신나게 잔을 부딪치는 순간에도
이 마음은 저 마음에 가 닿지 못한다
따스하게 데워진 정종 한 잔에
시린 마음을 덥히는 겨울 저녁
술을 마셔도 취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두운 골목 끝
또 다른 불빛을 찾아 나선다
미끄럽고 추운 길
넘어지지만 않는다면
이 겨울 참을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