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2010년 [시-최월순] 속초, 십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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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리가 많이 났다고
오랜만에 속초부두에 활기가 일었다
어둠이 내린 좌판에서는
도시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술잔을 기울이고
번개탄에 석쇠를 얹고 양미리를 구웠다
갈기를 세우고 달려드는 물결을 헤치고
은빛 꿈으로 해안을 떠돌던 양미리가
바람 많은 속초부두에 이르러
가난한 사람들의 낭만이 될 때
매캐한 연기 속에서
검은 바다를 바라보며 나란히 앉아있는 두 사람
뾰족한 양미리의 입술을 핑계로
우리가 서로에게 창을 겨누고
소란한 불꽃을 튀기는 동안
펄럭이는 바람 속에서 한 순간
두 사람의 수화가 반짝였다
허공 속에서 춤추던 그들의 손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대화의 마침표를 찍을 때
큰 소리로 으르렁거리던 우리의 언어는
고요한 파도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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