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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최월순] 아버지의 일기—청호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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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65회 작성일 11-01-0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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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 파도는 가끔 해금강 하얀 모래를
청호동 방파제 위로 한 마장씩 부려놓고 가기도 한다네.

수평선 위에는 가끔 붉은 달이 떠오르고
달 속에 숨었던 어린 나의 연인이
선연한 눈물 한 줄기 떨어뜨리고 가기도 한다네.

때로는 처자를 남겨두고
바다 건너 한사코 떠나야겠다고 마음먹기도 했다네.

손 내밀면 닿을 것 같은 내 고향 북고성
뗏목을 타고 건너도 한나절일 텐데
나는 가지 못했네.

나는 이제 걷지도 못하고
나의 연인을 알아보지도 못하네.

아무 것도 그리워 할 것이 없다네.
아무 것도 보고픈 것이 없다네.

그러나
지난 밤 차가운 비바람 속에
청호동 모래밭에 숨어있는 메꽃 한 송이
꽃잎이 다칠까 작은 손바닥으로 가리느라
전전긍긍 하였다네.

*청호동: 강원도 속초시에 있는 마을. 이북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 모여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