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2010년 [시-최월순]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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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에 신발도 얌전히 벗어놓았다
남의 집 대문 앞에
팔베개를 하고 누운 남자
‘그래서…, 그래서…’
잠꼬대까지 하면서
자고 있는데
담 벽을 스쳐온 햇살 한 자락이
그의 얼굴을 슬며시 쓰다듬는다
남자는
아이처럼 웅크리며
입맛을 다시는데
햇살이 만지는 그의 이마가 환하게
빛나고 있는 것인데
손톱 밑에 까만 기름때가
선명하게 보이는 거라
자꾸만 햇살이 그를 어루만지는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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