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2010년 [시-권정남] 진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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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 커피를 뽑다가
일흔이 넘었을 법한 두 분 할아버지
이야기를 엿 듣는다
“어제 밤에 나 한잠도 못잤 잖우”
“왜 어디가 아팠수”
“우리 집이 온천장 가는 길 노학동*에 있잖우”
“그런데 왜?”
“집 앞 벚꽃이 수런거리며 피어나는데 어떻게 잠이 오우
한평생 이맘때가 되면 난 잠 못 이루고 하얗게 날밤을 샌다우”
‘……’
순간!
파란하늘아래 튀밥처럼
부풀어 오른 벚꽃을 보며 생각했다
‘저 사람 진짜 시인이다’
* 노학동 :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강원도 속초에 있는 洞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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